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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질구리/잡학다식

플린 효과


요즘 애들 IQ가 높은 까닭은? ‘플린 효과’를 설명하는 여러 요인들 2010년 08월 13일(금)

사타 라운지 미 육군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참전할 군인을 뽑는 데 IQ 검사를 활용했다. 당시 백인 신병 지원자의 경우 흑인보다 IQ가 평균 15점 정도 높게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그 결과를 인종학적인 관점으로 보면서 우생학의 증거라고 여겼다.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 박사는 미국 신병 지원자들의 IQ 조사 통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플린 박사는 특이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백인 신병이건 흑인 신병이건 10년마다 평균 3점씩 IQ가 올라가고 있었던 것.

▲ '플린 효과'의 제임스 플린 박사 
그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14개국으로 대상을 확대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이스라엘에서는 30년 만에 평균 20점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플린 박사가 13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 나라들에서는 10년간 평균 5~25점씩 IQ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이 현상은 심리학자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자, 사회학자, 교육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쟁거리가 됐다. 그처럼 짧은 시기에 진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없으므로 플린 효과는 진화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 무슨 요인이 플린 효과를 낳았을까. 그 원인으로 학자들은 반복해서 IQ 검사를 하면서 일어나는 연습효과, 태아 및 영유아기 때 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상태 호전, 영화나 텔레비전 등 시각 매체의 증가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승했지만 학자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시각 매체의 증가설에 주목했다. 최근의 IQ 점수 증가 부분이 어휘력이나 수리력보다 도형 해독력 분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에서 빠른 속도로 영상이 반짝이며 지나가는 것이 두뇌 기능의 속도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염병이 IQ에 영향을 미쳐

그런데 최근 플린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팀이 전 세계 국가들의 IQ를 분석해본 결과, 전염병이 만연한 국가들에서 평균 IQ가 일반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즉,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국가인 싱가포르,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은 IQ 점수가 상위를 차지했으며, 질병 부담이 높은 적도기니, 카메룬, 모잠비크, 가봉 등의 국가는 평균 IQ 점수가 가장 낮았다.

사람의 두뇌는 신생아가 지닌 에너지의 88%를 소모할 정도로 인체 장기 중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쓴다. 그런데 한창 두뇌가 성장할 시기에 말라리아나 회충 같은 병균이 들어오면 두뇌의 에너지 흡수를 방해하게 된다.

▲ 보라색 지역은 IQ가 높고 붉은색 지역은 IQ가 낮은데, 이는 전염병의 발병률과 연관이 있다. 

인체 내로 들어온 이 병균들은 한정된 에너지를 놓고 뇌와 쟁탈전을 벌이는가 하면 뇌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뉴멕시코대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이 같은 ‘기생충에 의한 가설’을 증명한 셈이다. 여기서 기생충은 내장에 서식하는 기생충부터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다른 IQ의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오래 전부터 지능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영국 얼스터대의 리처드 린 교수는 각 국가의 IQ와 국민소득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IQ가 높다는 것.

2002년 그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민 평균 IQ가 97 이상인 국가는 33개국이었는데, 그들 국가 대부분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이었다.

이에 대해 스위스 취리히대의 토마스 폴켄 박사는 ▲고등교육률 ▲출산율 ▲민주화 수준 ▲평균 수명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 외에도 지능지수에 영향을 주는 인자로 꼽히는 것은 기후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와의 거리 변수 등이다. 기후 요인은 추운 지방일수록 IQ가 높아진다는 설이며, 아프리카와의 거리 변수는 멀리 이동할수록 인류가 낯선 환경을 만나 더 똑똑해졌을 거라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각 인자들의 영향을 독립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생충 인자만으로 세계적인 지능지수 변화의 67%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어떤 인자들보다 질병이 평균 IQ와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IQ를 높이는 여러 인자들의 정도도 함께 향상하고 있다. 그럼 플린 효과처럼 현대 인류는 30~40년 전의 인류보다 훨씬 똑똑한 것일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2006년 영국 런던대 셰이어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요즘 아이들이 IQ는 더 높지만 개념문제나 사고문제를 해결하는 인지능력은 15년 전의 아이들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IQ 검사는 사람의 다양한 능력 가운데 일부만을 측정할 뿐이다. 더구나 요즘은 IQ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노력과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요즘 영재 교육기관에서는 아예 IQ를 측정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IQ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나간 듯하다.